고양이 17년을 함께했던 고양이 19살이었던 곤지가 세상을 떠났다. 3년 전 모습 약 2살 정도였을 때, 형이 고양이 카페에서 다른 고양이들에게 괴롭힘 당하고(아마도 사람들에게도) 강한 트라우마가 있어보였던 녀석을 데려왔었다. 처음엔 깡마른 상태였고, 사람을 무서워했다. 집에 이미 같이 살고 있던 비슷한 나이의 다른 고양이(왕건이)와도 전혀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엄마는 곤지가 사람 눈도 안마주치고 아주 작은 자극에도 펄쩍 뛰며 놀라는 것을 볼 때마다 자폐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처음 데려온 이후 몇 년 간은 딱히 억지로 친해지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고, 그저 최대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정도로만 신경을 썼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자 점차 곤지도 마음을 열었고, 적어도 나에게는 모든 경계심을 내려놓고 다가와주었다. ..